라라랜드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오프닝 장면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 영화가 특별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LA 고속도로 위에서 수십 명이 노래하고 춤추는 그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이미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웃음과 설렘으로 시작한 영화가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가슴을 조여오는 감정으로 바뀌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도 모르게 City of Stars를 흥얼거리며 극장을 나왔는데 그 멜로디가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 개봉일: 2016년 | 장르: 뮤지컬, 로맨스, 드라마 | 러닝타임: 128분 | 감독: 데이미언 셔젤
라라랜드 오프닝 명장면
라라랜드의 오프닝은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LA 고속도로 105번과 110번이 교차하는 인터체인지 위에서 수십 명의 배우가 차에서 내려 노래하고 춤추는 이 장면은 단 한 번의 컷 없이 촬영되었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이른 아침 고속도로를 통제하고 수주에 걸쳐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오프닝의 위력은 단순히 스펙터클에 있지 않습니다. 이 장면이 전달하는 감정이 영화 전체의 정서를 단 몇 분 안에 압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그 꿈이 얼마나 불확실한지에 대한 아이러니가 화려한 색채와 음악 속에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명장면 톱10에서 이 오프닝 장면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오프닝 외에도 라라랜드에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별 사이를 둥둥 떠다니며 춤추는 장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가장 아름답게 녹아드는 순간입니다. 엔젤스 플라이트 언덕길에서 두 사람이 탭댄스를 추는 장면 역시 이 영화가 고전 뮤지컬에 바치는 경의를 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장면들이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과 맞물리며 라라랜드만의 독보적인 감성을 완성합니다. 셔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단순한 연출자가 아니라 영화 자체를 하나의 악기처럼 다루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라라랜드라는 제목은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뜻하는 영어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이중적인 의미가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사랑에 빠지는 공간은 현실의 LA이지만 그들이 꿈꾸는 삶과 그 사랑의 감정은 철저히 환상적으로 그려집니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립니다. 두 사람이 하늘을 나는 장면 거리에서 갑자기 노래가 터지는 장면 그리고 결말부에서 펼쳐지는 길고 긴 상상 시퀀스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관객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지 끊임없이 판단해야 합니다. 그 경계가 모호할수록 영화의 감정은 더욱 강렬해집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자크 드미의 뮤지컬 영화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현실과 동화 사이 어딘가에 놓인 감성이 그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결말이 특히 그렇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꿈을 이루지만 서로의 곁에 있지 않습니다. 미아가 세바스찬의 재즈바에 우연히 들르고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는 순간 영화는 그들이 함께했을 또 다른 삶을 긴 환상으로 보여줍니다. 그 환상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남는 감정이 슬픔인지 위안인지 관객마다 다르게 느낍니다. 라라랜드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이 질문에 답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석권 배경
라라랜드는 2016년 시상식 시즌을 완전히 장악한 작품입니다. 골든글로브에서는 노미네이트된 7개 부문 전부를 수상하며 골든글로브 역대 한 작품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카데미에서는 타이타닉과 이브의 모든 것과 함께 역대 최다인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 주제가상 미술상 총 6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이 기록이 더 인상적인 이유는 라라랜드가 제작비 3000만 달러의 저예산 뮤지컬이었다는 점입니다. 뮤지컬 장르는 현대 할리우드에서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선택으로 여겨졌고 많은 제작사가 이 영화에 투자를 꺼렸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위플래쉬로 이름을 알린 뒤에야 비로소 제작이 가능했습니다. 3000만 달러 투자로 전 세계에서 4억 5000만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은 단순한 흥행을 넘어 영화가 시대의 감수성을 정확히 건드렸다는 증거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잊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작품상 발표에서 실수로 라라랜드가 호명되었고 수상 소감이 진행되는 도중 실제 수상작이 문라이트임이 밝혀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카데미 역사상 전례 없는 실수로 기록되었지만 역설적으로 두 작품 모두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라라랜드는 6개 부문 수상으로 그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